원본게시날짜 : 2011.11.17
4대강 홍보, G20 정상회의 홍보 등 유난히 '홍보'에 집착해온 이명박 정부가 또다시 대대적인 홍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26~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56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대표가 모이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국제안보 분야 최상위 포럼'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회의에서는 핵테러·핵안보 과제 해법과 원자력 안전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런데 < 시사IN > 이 민주당 최재성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의 예산안을 보면,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역시 꼼꼼한 '정권 홍보'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을 보면 핵안보정상회의의 전체 예산은 모두 349억원. 이 중 55억원이 홍보 및 광고에 책정되어 있다. 전체 예산에서 홍보 및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5.76%에 이른다. '과잉 홍보' 논란을 빚었던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의 홍보 및 광고 예산 비중이 전체 예산의 16.56%였던 것과 맞먹는 비중이다(오른쪽 표 참조). G20의 홍보 예산은 101억원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치른 두 차례 대규모 국제회의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000년 서울)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05년 부산·제주)의 홍보 예산과 비교하면 이명박 정부의 국제회의 홍보 예산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개최한 ASEM은 전체 예산 3653억원 중 0.08%인 3억원을 홍보 예산으로 책정했다. 당시 예산 대부분은 코엑스 컨벤션센터 증축(3534억원)에 배정되었다. 당시 < asem백서 > 는 적정한 수준의 홍보 예산이 반영되지 못해 차질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국제 정상회담 두 번에 홍보비만 156억원
참여정부 시절 열린 APEC의 홍보 예산은 전체 예산 789억원 중 12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전체 예산의 1.52%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예산의 대부분은 누리마루 신축과 벡스코 시설 보완에 집중됐다. 참여정부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참여정부의 홍보 예산이 과도하다고 국정홍보처를 없앤 게 현 정부다. 그런데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 금액을 홍보 예산으로 책정하는 게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예산안만 놓고 보면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 두 번에 홍보비로 쏟아 부은 돈은 156억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회의 사랑'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G20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G20 서울정상회의의 의미와 효과 등에 대해 국민이 잘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또 'G20 Seoul Summit'라는 표기에 대해 "런던은 'The G20 London Summit'라고 쓰던데 우리는 왜 'The'가 빠졌냐. 서울회의는 특별하니까 넣어야 한다"라는 등 홍보에 각별한 관심을 쏟은 바 있다.
예산안을 좀 더 세세히 들여다보면 의아한 부분은 또 있다. 전체 홍보 예산 55억원 중 언론홍보 부문 예산으로 모두 7억3100만원이 책정되어 있는데, 내역이 흥미롭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텔레비전은 '중앙 3사(보도 5분 내외 기준) 500만원×5회' '중앙 3사(기획 50분, 해외 촬영 기준) 2억2000만원×1회', 신문은 '국내 중앙지(기획·기고·인터뷰) 600만원×6회' '해외 일간지(기고·인터뷰) 1500만원×2회' 따위 항목으로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라디오 인터뷰도 10~15분 내외 기준으로 420만원씩 총 10회분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핵안보정상회의에 관한 기사를 써주면 돈을 지불하겠다는, 일종의 '협찬'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광고 예산 세목은 따로 잡혀 있다).
이에 대해 조재철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취재지원과장은 "언론사에 주는 돈은 아니다. 취재를 할 수 있도록 과정을 돕는, 홍보를 위한 일종의 취재지원금으로 이해해달라. 그리고 예산안은 그야말로 하나의 '예시'다. 오늘도 기자들을 만나고 왔는데 기자들 만나서 밥 먹고, 그런 돈이 거기 포함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핵안보 문제가 일반 국민에게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주제이고, 따라서 언론과 국민의 인지도·이해도를 높여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홍보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세목에 있는 '중앙 3사'는 잘못 표기된 표현이라며 널리 알려진 방송 3사뿐 아니라 여러 방송사를 포괄해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취재지원과장이 말한 '취재지원금'은 홍보 및 광고 예산 곳곳에 따로 책정되어 있었다. 미디어 대상 행사 지원 항목에서 외신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 투어 기획 및 진행비로 3000만원이 잡혀 있는가 하면, '국내 기자 미팅 20만원×15회×3개월' '해외 기자 미팅 20만원×20회×3개월' 따위 항목이 취재 지원 명목으로 세목에 올라와 있다. 이 밖에도 예산집행 세부 계획서에는 소셜 미디어 운영을 위해 e리포터(e-reporter) 60명을 모집, 월 40만원씩 5개월간 채용한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여당 내에서조차 불만 목소리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시기를 두고도 말이 많다. 개최 시기인 3월26~27일은 제19대 총선일 2주 전으로 법정 선거운동 기간이다. '총선 이벤트'로 정상회의를 이용한다고 의심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가뜩이나 이번 정상회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큰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김 위원장을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할 여지를 남겼다.
불만의 목소리는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먼저 터져나왔다. 9월19일 국회 외교통상부 국정감사 때였다. "국회의원 선거 직전에 김정일이 오면 좋다는 뜻입니까?" "G20 회의할 때 오죽 광고했어. 대단한 회의 하는 것처럼. 이건 G20의 두세 배 되는 회의인데, 어떻게 선거 기간 중에 하겠다는 거야?" "다른 나라 다 오시는 게 좋지만, 미국·중국 정상 일정도 1년 전에 정하지 못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외교부라면, 정말 외교부가 그래서 되겠어요?"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의 발언이다.
지난해 11월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G20 정상회담은 '단군 이래 최대 행사' '경제효과 400조원' '일자리 16만 개 창출'이라는 정부 스스로의 상찬과 함께 서울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임시 계엄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진 'G20 정상회의 경호 안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는가 하면,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공영방송 KBS는 60개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3300분이 넘는 '쓰나미급' G20 홍보 방송을 내보냈다. 이 같은 1박2일의 '호들갑'이 내년 3월,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정부가 정권의 필요성에 의해 선거를 앞두고 홍보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했다. 사실 정권 출범 후 내내 알맹이는 없고 겉치레만 요란한 '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정을 해오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핵안보정상회의 예산에 과도하게 책정된 홍보 및 광고 예산이 올해 12월 방송을 시작하는 종편으로 대량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1월7일에 예정된 예산안 심사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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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111117093219348&p=sisain
원문2: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14
4대강 홍보, G20 정상회의 홍보 등 유난히 '홍보'에 집착해온 이명박 정부가 또다시 대대적인 홍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26~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56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대표가 모이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국제안보 분야 최상위 포럼'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회의에서는 핵테러·핵안보 과제 해법과 원자력 안전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런데 < 시사IN > 이 민주당 최재성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의 예산안을 보면,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역시 꼼꼼한 '정권 홍보'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을 보면 핵안보정상회의의 전체 예산은 모두 349억원. 이 중 55억원이 홍보 및 광고에 책정되어 있다. 전체 예산에서 홍보 및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5.76%에 이른다. '과잉 홍보' 논란을 빚었던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의 홍보 및 광고 예산 비중이 전체 예산의 16.56%였던 것과 맞먹는 비중이다(오른쪽 표 참조). G20의 홍보 예산은 101억원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치른 두 차례 대규모 국제회의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000년 서울)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05년 부산·제주)의 홍보 예산과 비교하면 이명박 정부의 국제회의 홍보 예산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개최한 ASEM은 전체 예산 3653억원 중 0.08%인 3억원을 홍보 예산으로 책정했다. 당시 예산 대부분은 코엑스 컨벤션센터 증축(3534억원)에 배정되었다. 당시 < asem백서 > 는 적정한 수준의 홍보 예산이 반영되지 못해 차질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맨 오른쪽)이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했다. |
참여정부 시절 열린 APEC의 홍보 예산은 전체 예산 789억원 중 12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전체 예산의 1.52%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예산의 대부분은 누리마루 신축과 벡스코 시설 보완에 집중됐다. 참여정부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참여정부의 홍보 예산이 과도하다고 국정홍보처를 없앤 게 현 정부다. 그런데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 금액을 홍보 예산으로 책정하는 게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예산안만 놓고 보면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 두 번에 홍보비로 쏟아 부은 돈은 156억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회의 사랑'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G20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G20 서울정상회의의 의미와 효과 등에 대해 국민이 잘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또 'G20 Seoul Summit'라는 표기에 대해 "런던은 'The G20 London Summit'라고 쓰던데 우리는 왜 'The'가 빠졌냐. 서울회의는 특별하니까 넣어야 한다"라는 등 홍보에 각별한 관심을 쏟은 바 있다.
예산안을 좀 더 세세히 들여다보면 의아한 부분은 또 있다. 전체 홍보 예산 55억원 중 언론홍보 부문 예산으로 모두 7억3100만원이 책정되어 있는데, 내역이 흥미롭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텔레비전은 '중앙 3사(보도 5분 내외 기준) 500만원×5회' '중앙 3사(기획 50분, 해외 촬영 기준) 2억2000만원×1회', 신문은 '국내 중앙지(기획·기고·인터뷰) 600만원×6회' '해외 일간지(기고·인터뷰) 1500만원×2회' 따위 항목으로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라디오 인터뷰도 10~15분 내외 기준으로 420만원씩 총 10회분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핵안보정상회의에 관한 기사를 써주면 돈을 지불하겠다는, 일종의 '협찬'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광고 예산 세목은 따로 잡혀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기획단이 작성한 예산안(위). 홍보비로 55억원이 잡혔다. |
하지만 조 취재지원과장이 말한 '취재지원금'은 홍보 및 광고 예산 곳곳에 따로 책정되어 있었다. 미디어 대상 행사 지원 항목에서 외신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 투어 기획 및 진행비로 3000만원이 잡혀 있는가 하면, '국내 기자 미팅 20만원×15회×3개월' '해외 기자 미팅 20만원×20회×3개월' 따위 항목이 취재 지원 명목으로 세목에 올라와 있다. 이 밖에도 예산집행 세부 계획서에는 소셜 미디어 운영을 위해 e리포터(e-reporter) 60명을 모집, 월 40만원씩 5개월간 채용한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여당 내에서조차 불만 목소리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시기를 두고도 말이 많다. 개최 시기인 3월26~27일은 제19대 총선일 2주 전으로 법정 선거운동 기간이다. '총선 이벤트'로 정상회의를 이용한다고 의심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가뜩이나 이번 정상회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큰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김 위원장을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할 여지를 남겼다.
지난해 11월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G20 정상회담은 '단군 이래 최대 행사' '경제효과 400조원' '일자리 16만 개 창출'이라는 정부 스스로의 상찬과 함께 서울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임시 계엄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진 'G20 정상회의 경호 안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는가 하면,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공영방송 KBS는 60개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3300분이 넘는 '쓰나미급' G20 홍보 방송을 내보냈다. 이 같은 1박2일의 '호들갑'이 내년 3월,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정부가 정권의 필요성에 의해 선거를 앞두고 홍보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했다. 사실 정권 출범 후 내내 알맹이는 없고 겉치레만 요란한 '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정을 해오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핵안보정상회의 예산에 과도하게 책정된 홍보 및 광고 예산이 올해 12월 방송을 시작하는 종편으로 대량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1월7일에 예정된 예산안 심사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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