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게시날짜 : 20120104 14:24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일했던 박성수(48) 울산지검 형사1부장 검사가 검찰을 떠나며 검찰 내부게시판에 ‘사직의 변’을 올렸다. 박 부장검사는 이 글에서 이명박 정권 들어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검찰의 자기반성과 편향수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검 중수부 폐지를 주장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원문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3338.html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일했던 박성수(48) 울산지검 형사1부장 검사가 검찰을 떠나며 검찰 내부게시판에 ‘사직의 변’을 올렸다. 박 부장검사는 이 글에서 이명박 정권 들어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검찰의 자기반성과 편향수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검 중수부 폐지를 주장했다.
박 부장검사는 ‘사랑받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를 소망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연이어 불거진 검찰 관련 문제들을 묵과하며 검사의 직분을 버티어 나가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좀 더 참아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감이 떨어지기를 그저 기다리는 것도 염치없는 일이거니와 장부로서 취할 태도는 아닌 듯합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검찰도 이제, 정치적 시비나 국민적 비판에 아랑곳없이 서슬 퍼렇게 질주해 나가던 집권 초중반기의 모습을 잠시 멈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힘 빠진 실세 관련 수사나 저축은행 비리·재벌 관련 비리 등 국민으로부터 그나마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사건들을 진행하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 정부가 임기 말에 접어든 것은 분명 사실인 것 같습니다”라며 현재 검찰의 모습을 이렇게 진단했다.
박 부장검사는 정치권과 여론이 지지하고 있는 ‘검찰 개혁’ 움직임과 관련해 “늘 그래 왔듯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다는 일념으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이를 막아야만 되는 상황에 다시 직면할지도 모르겠다”며, 먼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한 검찰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그가 꼽은 첫 번째 방책은, ‘검찰권이 무리하게 남용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자기반성이다.
“법률가의 양심에 비추어 보아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지고, 법원에서 여지없이 무죄가 선고되었는데도 상소권을 행사함으로써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조차 계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는 사건은 없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인간이기에 실수하거나 오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당사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안겨주었다면 당연히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박 부장검사는 대검 중수부의 폐지도 주장했다. “(중수부가) 정치권력이나 시장권력의 부정부패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간 무소불위 검찰권력의 상징으로서 그 정치적 편향성 시비로 인하여 검찰 전체로 봐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많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수사권을 분산시킴으로써 권력의 사유화 및 정치권력의 개입 유혹을 방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의의 회복과 개혁추진의 기반은 인사로부터 출발”한다며 “그동안의 검찰 인사가 말 그대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 왔는지, 지연이나 학연 등에 의해 지나치게 편중된 인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는지, 정치적 편향성은 띠지 않았는지 등에 관하여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검사장에 대한 인사는 대통령이, 검사의 인사는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법무장관이 행사하는 현실을 상기시키며 “대통령이 자의적 인사권을 통해서 검찰을 장악하려 하여서는 아니 되지만, 반대로 검찰권이 남용되는 경우 인사권을 통한 견제는 주권재민의 원리에 따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집권자로서 수사 불개입·불간섭 원칙을 지킴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되고, 선출된 권력의 인사권과 입법권을 통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들임으로써 검찰권의 남용이 견제되는데 동의할 수 있는 인물들이 선택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려고 드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 말자는 얘기다.
후배검사들에게는 “‘정치검사, 편파검찰’이라는 말 대신에 ‘국민검사, 개념검찰’이라는 말이 국민의 가슴속에 자리 잡도록 모두 힘을 합쳐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른 것을 얻고 제대로 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拿得定 見得透 事無不成)”는 중국의 경구를 인용하며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함부로 검사직을 던지지 말고, 꿈과 희망을 갖고 용기 내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법의 지배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롭고 안정된 민주사회를 구현(검사윤리강령)’하는 검사 본연의 자세를 지켜나가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부장검사는 199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연수원 23기)하고 검사로 임관했고, 수원지검에서 근무하던 2005년 청와대 법무행정관으로 기용됐다. 참여정부 임기 말인 2007년에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승진’했고, 2008년 검찰로 복귀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아래는 사직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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