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것 아닌가. 현 정부가 건보공단을 깨려고 하는 거다. 공단이 통합되기 전에는 조합 형식이었다. 지역별, 직장별로 나눠져 있었다. 이랬을 때 가난한 조합은 사람들한테 보험료를 못 걷으니까 보장성이 낮았다. 보장성을 다른 데도 높일 수 없으니까 다 하향평준화가 됐던 거다. 그래서 이 조합들을 하나로 통합 한 게 현재의 건강보험공단이다. 일종의 사회적 연대다. 신임 김종대 이사장이 ‘네덜란드형 (모델)’까지 언급을 했는데, 네덜란드는 공공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을 경쟁시키는 체제다. 우리나라도 보험을 쪼갠 다음에 민영보험도 경쟁에 참여시키겠다는 얘기다. 경쟁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돈을 누가 더 남기느냐를 두고 경쟁하는 거다. 그렇다면 돈을 어떤 조합이 돈을 더 남기느냐 경쟁이라면, 보험료를 더 걷든, 보장성을 낮추는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나머지는 없다. 그렇게 되면 이 자체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일단 민영보험에 이득이다.

이걸 다시 통합하려고 해도 누군가의 영업이익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 수도 있고, 나중에 정부가 다시 돌리려고 해도 못 돌린다. 12월에 대한의사협회가 건보통합은 위헌이라고 낸 소송 결과가 나온다. 건보공단 이사장이 건보통합에 대한 변호를 지원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건보공단에서 옹호를 하지 않는데 누가 옹호하겠나. <한미 FTA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책이 있다. 언뜻 사회과학서적같은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다. 거기 보면 ‘한미 FTA는 한미 FTA 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 개방노력과 한미 FTA가 결합할 때 가장 큰 실질적 효과가 난다’고 나온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게 딱 그거다. 한미 FTA로 영리병원 허용하고 약값 올리고, 그 자체로 건강보험은 크게 약화될 텐데 거기에 더해 건보공단을 깬다. 이러면 완전히 민영보험 천국이 되는 거고 영리병원들은 앞으로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다. 이게 한미 FTA의 미래다.”


-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다. 언론이 검증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흔히 ‘경마식 보도’라고 하는 보도도 물론 필요하다. 민주당의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 한나라당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 뭐 이런 식의 정치기사들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그야말로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미 FTA가 뭔지를 알아야 왜 협상을 하고 왜 누구는 반대하는 건지 국민들이 알 텐데 그런 보도가 없다. 이른바 보수 언론들은 한미 FTA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완전히 괴담으로 치부를 하고 있다. 언론이라면 반대주장도 객관적으로는 보도해야 할 것 아닌가. 국민들이 이게 뭔지를 알아야 찬성하고 반대할 것 아닌가. 언론이라면 기본적으로 시민들에게 판단기준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워낙 광범위한 분야여서 그렇다고 판단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의료, 환경, ISD, 이런 중요분야조차도 사실상 다 다루지 않고 있다. 안타깝다.



▲ 조선일보 11월 4일자 5면.



한미 FTA 자체 내용에 대해서 좀 더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한미 FTA가 한국에 미칠 영향, 한국의 여러 제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원가 넓은 분야이긴 하지만 분야별로 심층적인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찬성 반대 의견에 대해서 심층적인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워낙 분야가 많아서 저런 것도 있었냐고 할 정도다. 예를 들어, 한국에 환경독성물질이 얼마나 도입되는지에 대해 법의학자들, 독성물질 연구자들, 화학자들, 의학자들, 생물학자들, 법학자들이 다 모여서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야 한다. 환경문제를 빼먹었는데, 자동차 배기가스가 한국의 환경기준에 안 맞아도 미국차를 수입하게 해 놨다. 이 배기가스가 한국인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해서 충분히 토론해야 하지 않나.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다 놓치고 있다. 그야말로 다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