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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5일 화요일

김여진 몰아내려 측근임원까지 징계한 MBC

2011.07.04  11:42:14

이우용본부장·이진숙국장 등 근신처분···MBC노조 "제작자율성침해 용서안할 것"
배우 김여진씨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고정출연시키기로 결정한 MBC가 이를 결정하고 발표한 책임을 물어  라디오본부장과 홍보국장을 징계해 김씨 출연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MBC 경영진의 측근마저 '읍참마속'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는 출연도 하기 전에 하차할 위기에 처하게 생겼다.
MBC는 지난 1일 저녁 이우용 라디오본부장과 김애나 라디오1부장에 근신 15일, 이진숙 홍보국장과 홍곤표 홍보시청자부장에 대해 근신 7일의 징계를 내렸다. 사유과 관련해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이들은 취업규칙 가운데 ‘위임전결규정’ 항목 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규는 본부장의 경우 출연자 등급조정 및 작품당 계약 주연수당, 지급기준 조정 등의 사항과 분기별 연기자, 작가 재방료 지급 등을 관장한다. 배역의 경우 국장은 중요한 사항을, 부장(CP)은 경미한 사항을 관장하도록 돼있다.
이번 징계 사유는 출연료가 많이 드는 등 중요 출연자의 경우 국장이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라디오국장이나 본부장 모두 모르는 상태에서 김여진씨 고정출연이 결정됐고, 이를 외부로 발표한 과정도 홍보국장 모르게 홍보시청자부장 선에서 이뤄져 사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라디오본부장과 라디오부장, 홍보국장과 홍보시청자부장까지 징계대상이 됐다.

배우 김여진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모두 억지로 만들어낸 논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4일 “엄격히 사규를 따져봐도 누가 출연자를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와있지 않다”며 “특히 김여진씨의 경우 수천만원대의 출연료가 드는 이른바 ‘중요 사항’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전에 했던 출연자와 같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출연기준을 찾아내 억지로 이같은 징계를 결정한 것은 결국 김씨 고정출연 결정을 번복하겠다는 의도에 다름아니다”며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미 지난 1일 인사위원회에서 징계형량이 나왔으나, 적용할 사규가 마땅치 않아 고육지책으로 이런 징계안이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우용 본부장이나 이진숙 홍보국장의 경우 경영진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거나 이행해온 사람들인데, 이들을 징계하면서까지 ‘김여진 고정출연을 담은 보도자료 배포가 잘못됐다’고 한 것은 신속히 무효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향후 김씨의 출연취소가 가시화될 경우 MBC노조는 “임원진이 나서서 출연자까지 간섭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며 제작자율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처사”로 보고 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이용마 국장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우용 MBC 라디오본부장은 4일 “할 말이 없다. 홍보국장에 일임했다”고 답했고, 이진숙 홍보국장은 “나역시 근신 중이라 뭐라 대답할 수가 없다. 일주일 지나고 얘기하자”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144

'4대강 재앙' 시간이 없다. 당장 해야 할 일은…

기사입력 2011-07-04 오전 10:37:58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31>수렁에 더 깊이 빠지기 전에
4대강이 심상치 않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 것도 아닌데, 이강 저강에서 수상한 소리들이 끊이지 않는다. 철교 무너지는 소리, 둑 내려앉는 소리, 강의 이 구석 저 구석이 사정없이 패 내려가는 소리, 강바닥을 가로지르던 지름 1m나 되는 수도관이 급물살에 부러지는 소리, 모두가 예사소리가 아니다. 물막이·진입로의 유실이나 작업용 다리의 붕괴 같은 것들은 임시 구조물의 일시적인 사고이므로,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거대한 '보'(洑)를 세우고, 바닥 모래를 긁어내 물길 '고속도로'를 내는 강의 '구조 변경'은 험악한 재앙의 예고편 같은 모습이다.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삽질로, 자연의 강을 인공의 강으로 바꾸려는 데서 4대강 사업의 비극은 시작된다. 보를 세워 강물을 막고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은 물의 깊이를 6m이상 되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배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지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배를 띄우기위해 강 물깊이를 6m 이상 되게 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보도 세우고 준설도 한다. 당초 MB는 운하를 계획했으나, 반대가 거세지자 1단계 목표를 뱃길 조성 쪽으로 수정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강이 굽이를 이루며 흐르는 데는 인간이 쉽게 알 수 없는 까닭이 다 있다. 그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지금, 강을 될 수 있으면 직선화하는 것도 뱃길 때문이다. 준설과정에서 가장 골칫거리는 다리의 교각이다. 강바닥에 얕게 박힌 교각의 주변에서 모래를 파내면, 다리의 안전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교각보호공사가 사전에 필요한데도, 그 공사 빼먹고 준설하다 사고를 친 게 '호국의 다리' 붕괴다. 낙동강한강에서만 그 같은 교각 보호시설을 필요로 하는 다리가 31개나 된다고 했다.
준설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 철교나 둑의 붕괴는 바로 준설로 새로 생긴 강바닥 '고속도로'를 달리며 '거세진' 물살이 일으킨 사고들이다. 뒤이어 큰 문제가 온다. 장마철 많은 물이 흐르면, 그 '고속도로'에 4대강의 수많은 지천(支川)에서 모래가 몰려들어 바닥을 다시 메우고, 그 모래를 또 죽어라고 준설해 뱃길을 내야하는 반복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번 비에도 벌써 수많은 모래톱들이 새로 생겼다.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달리 어찌해볼 수 없는, '시지프스의 신화' 같은 '모진 팔자'를 타고난 게 MB정권 4대강 사업이다. 모래가 강의 본류로 휩쓸려 내려가며 지천의 강바닥이 패는, 그래서 다리 붕괴 등 지천에서의 '별도 재앙'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거세진 물살은 본류와 지천에서 끊임없이 사고를 칠 것이다. 모래는 또 쌓일 것이다.
보에 갇혀 불어난 물 때문에 유역에서는 작지 않은 홍수피해가 날 것이다. 지난달, 이와 관련된 경상남도의 용역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업이 끝나 보에 5m정도의 물이 찼다고 칠 때, 함안보 주변에서만 370만 평이 침수된다고 했다. 일부 논농사는 가능할지 모르나, 함안은 수박 등 특용작물 재배가 주된 생업이라, 농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보를 막아 호수생기면, 수면 면적이 넓어져 안개가 자주끼게 된다. 일조량이 줄어들 것이다. 농작물 생육에 영향이 미칠 것이다. 겨울철 갈수기, 보에 물이 머무는 시간이 늘면, 특히 수질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뒤치다꺼리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우리들의 세금이 떼를 지어 4대강으로 달려가야 할 것이다. 당초 정부는 돈이 한 푼도 안 든다고 했다. 모래 팔아 충당한다고 했다. 사업비가 22조 원이라고 말한 게 엊그제인데, 3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곧 뒤를 이었다. 공사마무리 이후 유지관리비가 연간 2400억 원이나 된다고 발표했다. 관계자는 바로 이어 기존 시설물 보강과 환경기초시설유지비 등은 제외했다고 토설했다.
일부에서, 수자원공사가 충당해온 8조 원의 이자비용 4000억 원까지 합하면, 연간 1조 원의 유지관리비용이 든다는 계산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비에서 보았듯이, 파내면 또 메워지고, 준설해내면 또 모래톱이 생기는, 이 기막힌 공사현장에 얼마를 더 퍼부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라살림이 거덜나는 거 아닌지 겁이 나기까지 한다.
국가재정법상 5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공사는 반드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게 돼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500억 원의 1000배쯤 되는 돈이 들어갈지 모르는데도 타당성 조사 근처에도 안 갔다. 법도 아닌 시행령의 '예비타당성 조사 제외 항목'에서, '재해복구지원'을 '재해예방·복구'로 고치고, '국가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란 조항을 추가해, 타당성조사를 피해갔다. 그러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재해예방사업'인가, 과연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인가.
4대강 사업은 목적부터 거짓말 투성이였다. ▲수질 개선 ▲수량 확보 ▲홍수예방이 주된 목적이라 했다. 그러나 ▲수질은 악화될게 뻔하고 ▲물은 모자라지 않으며(배 띄우는 데는 필요하다) ▲홍수는 4대강 본류 아닌 지천에서 주로 일어났다. 찬성하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땅 짚고 헤엄치기'공청회도 열었다. 4대강 사업으로 3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도 했다. 알다시피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다.
국제기준으로 봐도 분명한 '대(大)댐'을, 그저 시골에서 논물이나 대는 '보'라 했다. 길이 86m에 높이 4.8m에 불과한 콘크리트 구조물도 관청에서 '댐'이라 부르는데(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 안흥댐) 길이 500m이상이고 높이 10m가 훨씬 넘는 대형 구조물들을 '보'라 둘러댔다. 별로 큰 공사 아니라는 인상 주려했을 것이다. 호국의 다리·상주보·구미단수사고 등 분명히 4대강 사업 때문에 일어난 사고들도 우선 "4대강 사업과는 관계없는 사고"라고 거짓부터 말한다.
하여 4대강 사업은 '알 수 없는' 사업이 되었다. 우리가 어느 매에 맞아죽는지는 알고 싶은데, 어림을 할 수가 없다. 돈이 얼마나 들어가고, 얼마만한 어려움이 오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떳떳치 못한 총체적 거짓말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저 수습하기 쉽지 않은 재앙이 짓쳐오고 있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천주교의 최덕기 주교는 "4대강 사업이 민족의 장래까지도 위협한다"고 걱정했다. 간단치 않은 재앙이 몰려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MB정권은 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서둘러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기정사실'로 굳혀야 한다. MB쪽 생각은 오로지 그것이다. '속도전'은 그래서 나온다. 가을하늘 드높은 10월 8일 전후해서 '4대강 사업완료기념 행사'가 전국에서 열릴 것이다. MB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그러도록 공문을 보냈다. "수계별 지역별로 4대강 준공행사와 지역축제연계하는 경축대회를 추진하라"했다. 사물놀이패가 흥을 돋울 것이다. <四大江 天下之大本>쯤 되는 현수막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TV 중계팀도, 기자들도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카지노선(船)이 뜰 것이란 소문도 있다.
그러나 그 뿐일 것이다. 4대강은 청계천과는 다르다. 어느새 4대강 사업 지지이론을 제공했던 학자들이 침묵 속에 고개를 돌린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진실을 인정하고, 'MB이후' 예상되는 후폭풍과 '책임 추궁'도 걱정한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을 고무찬양했던 정치인과 영혼을 판 전문가, 사회인사 등을 망라해서 기록하는, <4대강사업 찬동인사 사전>을 편찬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은 책임을 따지고 특정인을 탓할 때가 아니다. 사정이 너무나도 절박하고 절실하고 엄중해 보인다. 결코 손 놓고 구경만 할 때도 아니다.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무언가 해야 한다. 시작해야 한다. 4대강을 찬성하던 사람 반대하던 사람 할 것 없이, 지금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수습논의'를 우선 시작해야 한다.
MB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논의는 시작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명박 씨 개인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들 모두의 나라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나라 이 땅은 우리가 자손들에게 건강한 상태로 물려줘야 할 소중한 터전이기 때문에 그렇다. 수습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없다.
 
 
원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0704093745&section=01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여당 대표되다

게재 일자 : 2011-07-04 18:01
한나라당 7·4전당대회서 승리


한나라당 7·4전당대회에서 승리한 홍준표 신임 당 대표는 4선의 중진 의원이지만 주류와는 거리가 먼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때문에 2008년 5월에 원내대표로 선출되기 전까지 서울 동대문구을에서 최근 내리 3선을 하는 동안 전략기획위원장, 혁신위원장 등을 맡았을 뿐이다.
원내대표 당선이후 지난해 7·14전당대회에선 안상수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면서 중앙무대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까지도 거의 주류로 분류된 적이 없었다.
홍 대표는 스스로 어느 계파에 속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을 넘나들며 독설에 가까운 직설화법을 선보였다.
이런 점은 그의 계파 중립성을 부각시켜줬지만 반대로 친이나 친박 모두에게 거리감을 갖게 하기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를 두고 ‘독불장군’ ‘돈키호테’ 등의 별명으로 부르는 것도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거침없는 말투 때문이다.
원내대표시절엔 여당의 군기반장 역할을 해 ‘홍반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15년을 알고지냈다. 내가 가장 친이에 가깝다”고 말할만큼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은 깊다.
지난 1988년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연수할 무렵 친분을 쌓으며, 이 대통령 집에서 한동안 머물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친이쪽에서는 홍 대표의 소신있는 ‘돌출발언’에 대해 불안해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이번 전대에서 친이계의 조직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전대에서 여권 유력 대권후보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야당을 공격으로부터 막아줄 적임자라고 자처하기도 했지만, 2010년엔 박 전 대표가 세종시법 원안을 고수할땐 탈당을 요구하는 등 대립각을 세운 적도 있다.이런 점이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어렵게 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당심은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싸움을 앞두고 ‘카리스마’있는 공격수로 홍 대표를 ‘착출’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친이, 친박 어느쪽에도 기울지 않은 게 양쪽 진영으로부터 엷지만 고른 지지를 받은 비결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시절인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해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등 권력실세를 구속기소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가 맡은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 드라마 ‘모래시계’로 만들어지면서 ‘모래시계 검사’라는 애칭도 얻기도 했다.
지난 96년 15대 국회에 입성한 뒤에는 ‘이회창 전위대’ ‘김대중 저격수’로 강성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각인됐다.
▲경남 창녕(54) ▲고려대 법학과 ▲청주.부산.울산.서울.광주지검 검사 ▲한나라당 원내부총무, 총재 법률특보, 제1정책조정위원장, 혁신위원장 ▲15,16,17,18대 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원문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0704MW18043667615&w=nv

[야!한국사회] KBS와 역사적 기억 / 진중권

등록 : 20110704 19:03 | 수정 : 20110705 10:52


백선엽이 활약한
간도특설대의 만행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다

» 진중권 문화평론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헌법전문에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역사적 기억이 명기되어 있는데도,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을 뜯어고치려는 극우파의 망발이 버젓이 공영방송을 탔다는 것은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한국방송>(KBS)은 기어이 친일파를 미화하는 방송을 내보내고야 말았다.
백선엽은 간도특설대의 대원으로 활약을 했다. ‘간도특설대’란 만주 지역의 독립군을 토벌하던 일제의 특수부대로, 일제의 괴뢰정권 만주국의 참의원을 지낸 친일파 이범익이 ‘조선인은 조선인이 토벌해야 한다’는 심오한 철학(?) 아래 설립한 부대라고 한다. 연변 작가 류연산이 쓴 <일송정에는 선구자가 없다>라는 책에는 당시에 이 인간백정들이 동포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물을 뜯는 이들을 잡아다 불태워 죽이고, 전사한 항일부대원의 내장을 꺼내 자기들 충혼비에 제사를 지내고, 포로로 잡힌 항일부대원을 일본도로 참수하여 잘린 머리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항일부대원을 숨겨준 마을 원로를 살해해 그의 머리를 삶은 후 두개골을 장식품으로 만드는 등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만행을 저지른 게 그들이었다.
굳이 친일이냐 반일이냐를 따지기 전에, 이 인간 말종들은 그들이 저지른 만행의 질적 수준만으로도 나치처럼 전범재판에 회부되어 인류의 심판을 받았어야 한다. 문제는 백선엽이 자신들이 저지른 이 만행에 대해 그 알량한 반성이나 사과조차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자서전에는 이 부분이 아주 자랑스레 묘사되어 있다.
“이와 같이 소규모이면서도 군기가 잡혀 있는 부대였기에 게릴라를 상대로 커다란 전과를 올렸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들이 군기 잡힌 소수정예였다는 자랑이다. “우리들이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주의주장이 다르다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친일과 항일은 한갓 정치적 견해 차이로, 즉 주의주장의 차이로 상대화된다.
그는 이어서 “이이제이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고 말하며, 그것을 이렇게 변명한다. “그러나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군기 잡힌 소수정예 부대로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고 자랑하던 목소리가 이 대목에서는 갑자기 겸손해진다.
황당한 것은 그다음이다. “주의주장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민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평화로운 생활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칼을 쥐고 있는 자(=군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반민족적 친일행위와 반인륜적 만행은 민생의 안정을 도모하는 평화주의적 임무가 된다. 간도특설대가 졸지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둔갑한 셈이다. 이쯤 되면 지금 한국방송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한국방송의 이런 친일행각은 물론 김인규 사장과 관련이 있을 게다. 실은 그의 인생철학 자체가 대한민국이 계승한다는 이념, 즉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의 배신으로 보인다. 그분은 언론계에서 5공화국과 전두환을 찬양하는 리포트로 명성이 자자하시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빈말이라도 반성과 사과를 했지만, 이분이 사과나 반성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제 공영방송을 통해 자행되는 기억의 수정이 어느 뿌리에서 나왔는지 분명해졌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극우파의 역사수정주의 망동에 맞서 헌법의 기억을 지키는 것이다.

원문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857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