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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3일 수요일

언론에 잊혀진 이름 ‘김준규’를 아시나요

2011.07.13  10:27:25

[비평] 검찰총장 중도사퇴… 검새, 떡검, 색검, 견검, 썩검 '국민의 냉소'



‘검새, 떡검, 색검, 견검, 썩검….’
검찰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서슬 퍼런 검찰의 권력 앞에 고개를 숙인 이들도 뒤만 돌아서면 냉소의 웃음을 짓는다. 법과 원칙의 상징처럼 스스로를 규정하지만 국민 눈에 비친 검찰은 권력에, 가진 자에 한없이 비굴한 속물일 뿐이다. 검찰이 진정 고민할 부분이 있다. 날선 비난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아예 관심을 끊는 상황은 기대감조차 없다는 얘기다.
최근 검찰총장 중도사퇴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합의를 어긴 쪽에 책임이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검찰총장인 저라도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비장한 퇴임의 변을 남긴 채 임기 도중 중도 사퇴했다. 지난 4일 벌어진 일로 불과 일주일 지난 얘기다. 그런데 후폭풍이 미미하다. “김준규? 그게 누군데.” 국민은 관심도 없다. 검찰총장이 임기도중 물러나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해프닝’처럼 금방 잊혀지는 상황이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 ©노컷뉴스


심지어 언론에도 점점 ‘김준규’라는 이름이 잊혀진 존재가 되고 있다. 김준규 후임이 누구인지에 관심은 있지만, 김준규 검찰총장이 왜 사퇴했고, 검찰과 한국사회에 남긴 과제는 무엇인지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언론이 없다.

김준규 검찰총장의 행동은 국민 냉소만 부추긴 어이없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책임지는 모습을 강조했지만, 공직자로서 책임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7월 4일 물러났지만, 8월 19일이면 원래 임기가 끝나 물러날 예정이었다. 임기 46일을 앞두고 중도하차한 검찰총장의 행동을 놓고 ‘결단’ 어쩌고 하는 게 좀 민망한 모습 아닌가.
조선일보는 7월 5일자 사설에서 “검찰총장의 사퇴가 국민 박수를 받는 유일한 경우는 검찰 수사에 대한 정권의 압력에 맞서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 총장직을 던질 때 뿐이다. 김 총장에게도 그렇게 했어야 할 때가 몇 번 있었다. 이번 김 총장 사퇴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7월 5일자 지면에 <임기제 스스로 허문 검찰총장의 시위성 사퇴>라는 사설을 실었고, 한국일보도 이날 <명분도 실리도 잃은 검찰총장 사퇴>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한겨레는 7월 5일자 사설에서 “김 총장의 사퇴 표명에는 결연함이나 살신성인의 분위기보다는 떠밀려 물러나는 듯한 어정쩡한 모양새가 더 도드라진다”고 지적했다.

검사들이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에 관한 글을 검찰 내부 전산망에 단 한 건도 올리지 않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다른 총장들이 사퇴할 때 검찰 전체가 들썩이던 것과는 딴판이다. 사진은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연합뉴스


김준규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 기사나 사설도 옷을 벗은 직후에나 나왔지, 일주일 지난 현재는 뉴스소재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민은 이번 검찰총장 사퇴 파동을 보면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대한민국 검찰이 자기 조직보호를 위해 법과 원칙도, 체면과 명분도 내던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대한민국 검찰이 누구인가. 전직 대통령 서거라는 ‘역사적 비극’ 상황에서도 당당함(?)을 견지하던 이들 아닌가. 검찰이 법과 원칙의 공정한 잣대를 적용해 권력의 부패를 파헤쳐 달라고 호소할 때 ‘살아 있는 권력’의 편에 서서 국민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던 이들 아닌가.
검찰은 이번 사태로 너무 큰 것을 잃어 버렸다. 바로 국민의 관심이다. 이런 검찰을 향해 애정 어린 비판을 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냥 무관심의 대상일 뿐이다.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검사의 수장이 임기를 남겨놓고 중도하차 했는데도 해프닝처럼 금세 잊혀지는 이런 상황이 대한민국 검찰에 얼마나 큰 위기신호인지를 검찰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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