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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본의 아니게…안타깝다” MB, 사과 한마디 없이 ‘꼬리자르기’

등록 : 20111017 15:52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기로…홍준표 “MB, 내곡동 사저 논란과 무관”
민주당 추가 의혹 제기…누리꾼 “법 위반해놓고 백지화하면 끝?” 비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서 거주하기로 한 계획을 백지화하고 “본의 아니게 사저 문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무책임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7일 오후 2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께서는 새로운 사저 선택보다는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씀을 하셨다”며 “내곡동 사저는 백지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청와대가 논현동 사저 백지화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대통령 아들과 경호처 간의 일로 보면 되는가, 대통령이 개입 안 한 걸로 받아들이면 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구입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당 대표의 입을 빌려 전달한 셈이다.

청와대는 1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오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사저 문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시고, ‘사저문제는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전면 재검토해서 결론을 내려달라’고 지시하셨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역시 ‘내곡동 사저 매입’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의사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혔을 뿐, 그동안의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은 전혀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사저 부지로 매입한 한정식집 ‘수양’ 건물. 사진 박수진 기자



민주당은 내곡동 사저와 관련한 문제점과 사실관계를 밝히라는 요구를 이어갔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오전 브리핑에서 “대통령 사저 구입 비용의 일부를 국가예산으로 지원한 증거를 하나 더 제시하겠다”며 대통령실 경호처에서 한국감정원과 ㈜나라감정평가법인에서 내곡동 사저 부지를 감정한 평가액을 공개했다.

이시형씨가 매입한 내곡동 사저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한국감정원이 16억7686만원, ㈜나라감정평가법인이 17억8737만원으로 평가했다. 이시형씨가 이 땅을 실제 구입한 금액은 11억2000만원으로 감정평가 평균액인 17억3212만원에 견줬을 때 6억1212만원 싸게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과 나라감정평가법인의 대통령 경호처가 매입한 지분의 감정평가 평균액은 25억1481만원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이 땅을 42억8000만원에 매입해, 감정평가평균액보다 17억 6519만원 비싸게 산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그동안 청와대는 경호처 지분의 땅이 도로와 붙어 있어 시세가 비싼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감정평가액은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결정된다는 점에서 사실무근의 해명으로 드러났다”며 “대통령은 이시형씨가 지불해야 할 구입비 일부를 대통령실에서 지원하여 국가예산에 손해를 끼친 데 대해 사죄하고 책임자를 가려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도 17일 논평을 내 “대통령은 오늘 스스로 불법행위를 방치하고 방조해 온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반성도, 유감도 표시하지 않았다”며 “그래놓고 청와대 비서실에게 모든 판단과 책임을 송두리째 떠넘기고, 청와대 간담회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발표하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17일 내곡동을 방문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사저 백지화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 대통령이 아들 명의로 부지를 구입한 이유가) 편법증여나 부동산 거래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조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들을 국고 횡령, 배임,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도 비판 여론은 매서웠다. 배우 문성근씨는 트위터를 통해 “조선일보가 [속보]라며 ‘mb 사저 재검토해서 결론…. 사실상 백지화’라 보도하는데, 이미 법은 위반해 놓고 백지화하면 그만인가?”라며 “가카. 내곡동 사저 백지화라니요. 아니 되옵니다”라고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 @nom**yen 는 “잘못된 정책은 재검토나 백지화가 맞지만 저지른 범죄는 재검토대상이 아니라 처벌대상이다. 청와대여”라고 말했고, 트위터 이용자 @esse**na는 “先살인 後백지화, 先무전취식 後백지화, 先무임승차 後백지화, 先추돌 後백지화, 先음주운전 後백지화, 先폭행 後백지화”라며 ‘백지화 전략’을 비판했다.

트위터 이용자 @slo**on은 “가카께서 내곡동 사저와 관련 또 ‘본의 아니게 어쩌고 저쩌고...’ 그게 본의가 아니면 도대체 울 가카께선 본의를 어디다 떼어놓고 다니시는지…. 내 토끼가 간을 빼놓고 왔다는 소린 들어봤소만 걸핏하면 ‘본의’를 빼먹고 다니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라며 궁색한 사과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원문 :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5010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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