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게시날짜 : 2012-03-24 15:32:33
[이태경 칼럼] 박정희와 김정일의 나라
손수조 사무실에 걸린 사진 속 박근혜는 무궁화에 둘러싸인 채 웃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국화가 무궁화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무궁화로 치장된 박근혜의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하다. 이 사진을 만든 사람은 박근혜를 애국심의 화신으로 묘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사진이 손수조 사무실 벽에 걸린 경위가 무엇이건, 지금은 이 사진이 그 자리에 있건 없건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박근혜를 인격화된 애국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신비화된 박근혜 사진을 걸어놓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손수조 캠프가 판단했었다는 사실이다. 손수조 입장에서는 박근혜 마케팅이 매우 효과적인,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선거전략일 것이다. 이렇다 할 식견도, 경륜도, 비전도 없는 순수조가 내세울 것이라고는 영남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통용되는 박근혜와 나이가 젊다는 정도일 테니 말이다.
현재까지는 손수조의 선거전략이 주효해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 중 한명인 문재인과 대등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적극적인 도움(?)도 손수조에게는 천군만마 같은 존재다. 손수조의 예기치 않은 분전이 놀라운 것은 분명하지만, 그녀가 부산이나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마했다면 이런 선전을 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 또한 또렷하다. 기실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손수조의 약진은 여전히 강고한 지역주의, 그 중에서도 영남패권주의,의 온존을 증거하고 있어 입맛이 쓰다.
한편 화제가 됐던 무궁화 속 박근혜 사진은 북한에서 성행하는 우상화된 지도자 이미지와 꽤 닮았다. 하긴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대를 이어 권력을 세습하고 있고, 대한민국도 18년 동안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전제군주였던 박정희의 뒤를 이어 그 딸이 대통령직에 근접했으니 이미지와 실질이 일치하는 셈이다.
물론 ‘민주주의’와 ‘공화국’이란 단어가 헌법전 속에만 존재하는 북한을 대한민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매우 난폭한 논리적 비약일 것이다. 북한은 주권이 사실상 김일성 일가에 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라는 제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 ‘검찰공화국’이라는 자조가 있기는 하지만, 주권이 분명이 국민들에게 귀속되고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핵심기제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바꾸어 말해 북한을 창건한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을 거쳐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은 조선민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주권’을 상속받은 반면, 박근혜는 주권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그것도 선거를 통해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단지 김일성을 할아버지로, 김정일을 아버지로 둔 덕에 김정은이 북한의 유일 영도자이자 최고 권력자가 된 반면, 박근혜는 흉험무비한 내부 권력투쟁과 지난하기 그지없을 선거전에서 승리해야 임기 5년짜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박근혜와 김정은을 단순비교해 근친성을 추출해 내는 건 사리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박정희 없는 박근혜를 상상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날 박근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센 정당인 새누리당의 오너가 될 수 있었던 까닭,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 대선주자 가운데 여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배경을 파헤치면 어김없이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와 만나게 된다.
단언컨대 박근혜가 박정희의 생물학적 딸이 아니었던들 지금의 정치인 박근혜는 존재할 수 없다. 보릿고개를 없애고, 근대화와 자주국방을 추진하였으며, 결정적으로 우리를 이만큼 살게 만들어 준 박정희가 없었다면, 더 정확히 말해 대중들의 체험과 추체험 속에 그렇게 인식되고 있는 박정희가 없었다면, 미래권력 박근혜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치인 박근혜가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는 이런, 저런 장처와 덕목들은 박정희의 딸이라는 상징권력을 돋보이게 하는 장신구에 불과하다. 박정희의 딸이 아닌 박근혜는 매력적인 정치인도, 홀로서기가 가능한 정치인도 아니다. 박근혜에게는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하는 비전과 컨텐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조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김정은과 박근혜에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도 터무니 없는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단지 김정은은 수혜를 직접적으로 입고 있고, 박근혜는 간접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북한은 김일성의 손자가 다스리고 있고, 대한민국은 박정희의 딸이 최고권력자의 자리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 여전히 한반도는 김일성과 박정희의 자장(磁場)안에 놓인 상태다. 누군가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일성과 박정희가 역사의 비극이라면, 김정은과 박근혜는 역사의 희극인 셈인가?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240
[이태경 칼럼] 박정희와 김정일의 나라
손수조 사무실에 걸린 사진 속 박근혜는 무궁화에 둘러싸인 채 웃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국화가 무궁화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무궁화로 치장된 박근혜의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하다. 이 사진을 만든 사람은 박근혜를 애국심의 화신으로 묘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사진이 손수조 사무실 벽에 걸린 경위가 무엇이건, 지금은 이 사진이 그 자리에 있건 없건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박근혜를 인격화된 애국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신비화된 박근혜 사진을 걸어놓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손수조 캠프가 판단했었다는 사실이다. 손수조 입장에서는 박근혜 마케팅이 매우 효과적인,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선거전략일 것이다. 이렇다 할 식견도, 경륜도, 비전도 없는 순수조가 내세울 것이라고는 영남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통용되는 박근혜와 나이가 젊다는 정도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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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4ㆍ11총선을 한 달 앞둔 13일 오후 격전지인 부산 사상구를 찾아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맞붙는 손수조 후보와 만나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
한편 화제가 됐던 무궁화 속 박근혜 사진은 북한에서 성행하는 우상화된 지도자 이미지와 꽤 닮았다. 하긴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대를 이어 권력을 세습하고 있고, 대한민국도 18년 동안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전제군주였던 박정희의 뒤를 이어 그 딸이 대통령직에 근접했으니 이미지와 실질이 일치하는 셈이다.
물론 ‘민주주의’와 ‘공화국’이란 단어가 헌법전 속에만 존재하는 북한을 대한민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매우 난폭한 논리적 비약일 것이다. 북한은 주권이 사실상 김일성 일가에 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라는 제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 ‘검찰공화국’이라는 자조가 있기는 하지만, 주권이 분명이 국민들에게 귀속되고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핵심기제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바꾸어 말해 북한을 창건한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을 거쳐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은 조선민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주권’을 상속받은 반면, 박근혜는 주권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그것도 선거를 통해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단지 김일성을 할아버지로, 김정일을 아버지로 둔 덕에 김정은이 북한의 유일 영도자이자 최고 권력자가 된 반면, 박근혜는 흉험무비한 내부 권력투쟁과 지난하기 그지없을 선거전에서 승리해야 임기 5년짜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박근혜와 김정은을 단순비교해 근친성을 추출해 내는 건 사리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박정희 없는 박근혜를 상상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날 박근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센 정당인 새누리당의 오너가 될 수 있었던 까닭,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 대선주자 가운데 여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배경을 파헤치면 어김없이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와 만나게 된다.
단언컨대 박근혜가 박정희의 생물학적 딸이 아니었던들 지금의 정치인 박근혜는 존재할 수 없다. 보릿고개를 없애고, 근대화와 자주국방을 추진하였으며, 결정적으로 우리를 이만큼 살게 만들어 준 박정희가 없었다면, 더 정확히 말해 대중들의 체험과 추체험 속에 그렇게 인식되고 있는 박정희가 없었다면, 미래권력 박근혜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치인 박근혜가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는 이런, 저런 장처와 덕목들은 박정희의 딸이라는 상징권력을 돋보이게 하는 장신구에 불과하다. 박정희의 딸이 아닌 박근혜는 매력적인 정치인도, 홀로서기가 가능한 정치인도 아니다. 박근혜에게는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하는 비전과 컨텐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조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김정은과 박근혜에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도 터무니 없는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단지 김정은은 수혜를 직접적으로 입고 있고, 박근혜는 간접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북한은 김일성의 손자가 다스리고 있고, 대한민국은 박정희의 딸이 최고권력자의 자리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 여전히 한반도는 김일성과 박정희의 자장(磁場)안에 놓인 상태다. 누군가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일성과 박정희가 역사의 비극이라면, 김정은과 박근혜는 역사의 희극인 셈인가?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240
너무하시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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