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시형씨 진술서 써준 행정관 몰라”…청와대 황당한 ‘오리발’

원본게시날짜 :  등록 : 2012.11.05 08:14  수정 : 2012.11.05 11:17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가운데)이 3일 오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특검조사에 자료제출 거부
“자료 선별해서 다 줬고 차용증 원본파일 없다”
특검, 압수수색 가능성도 거론 5일 김윤옥씨 조사여부 결정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4)씨가 검찰 조사 때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누가 대신 써줬는지 알려달라는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요청에 대해, 청와대가 “모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시형씨와 큰아버지 이상은(79) 다스 회장이 서명한 현금 6억원 ‘차용증’의 원본 파일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제출해 달라는 특검팀의 요구에도 “자료가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사실상 특검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시형씨는 특검 조사에서 “청와대 관저에서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65)씨를 조사할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중이다.
■ 진술서 ‘대필’한 행정관 모른다? 시형씨는 지난달 25일 특검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이상은 회장한테서 6억원을 받아온 날짜가 지난해 5월23일이 아닌 24일이라고 진술을 바꿨다. 시형씨는 앞서 검찰 수사 때는 내곡동 사저 터 매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2011년 5월23일 이 회장의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자택에 직접 찾아가 현금 6억원을 가방에 담아 청와대로 가져왔다’는 내용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했다. 시형씨는 “당시 서면진술서를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했고 그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이 번복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서면진술서를 작성한 청와대 행정관이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진술 번복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경호처에 서면진술서를 대신 작성한 행정관이 누군지 알려달라고 요청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시형씨가 진술을 번복한 지 열흘가량이 지났음에도 “서면진술서를 대신 작성한 청와대 행정관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형씨와 청와대 모두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 차용증 ‘원본파일’도 없다? 시형씨는 사저 터 매입대금 12억원 가운데 6억원을 큰아버지한테 빌렸다고 주장하며 특검에 차용증을 제출했다. 컴퓨터로 작성된 차용증엔 시형씨와 이 회장의 친필 서명이 포함돼 있었다. 특검팀은 시형씨로부터 “청와대 관저에서 차용증을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차용증 ‘작성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에 해당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형씨 등의 주장처럼 지난해 5월20일 차용증을 작성했다면, 그 전에 만들어진 차용증 원본 파일 기록이 컴퓨터에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자료가 없다”며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차용증이 사후에 작성됐는지 여부를 밝히려면 원본 파일 확인이 꼭 필요하다는 태도다.
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청와대 경호처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호처는 특검팀이 달라는 자료에 대해 ‘선별해서 모두 다 줬다’는 태도를 보이고, 특검팀은 ‘선별 없이 모두 달라’고 맞서고 있다. 특검팀은 청와대로부터 그동안 두차례 자료를 받았지만, ‘알맹이’가 없는 자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압수수색’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석수 특검보는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압수수색 가능성을 접었다고 한 적 없다”고 말했다.
■ 김윤옥씨 조사는 어떻게 특검팀은 5일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조사 여부와 조사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씨는 아들 시형씨가 6억원을 농협에서 대출받을 수 있게 자신의 서울 논현동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 최근 특검팀의 계좌추적 과정에서 김씨의 측근 설아무개씨와 시형씨 사이에 돈이 오간 정황도 포착됐다.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이 대통령의 국외 순방에 김씨가 동행할 계획이어서, 14일 특검 수사 종료 전에 특검팀이 김씨를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5일과 6일 이틀에 불과하다. 특검팀이 김씨를 조사한다면 이번주 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씨의 출국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건 오래전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돈을 빌리는 데 보증을 서준 것에 불과하고 보증 서류가 다 있는 만큼 특검이 김씨를 더 조사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씨를 조사할지 여부를 결정한 뒤에 청와대 방문조사, 제3의 장소 방문조사, 서면조사 등의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씨가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시형씨는 청와대 대통령실 경호처와 함께 내곡동 사저를 매입하면서 자신이 내야 할 부담액 일부를 대통령실에 떠넘겨 국가에 8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원문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9007.html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