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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9일 토요일

올가을에 결혼식 올리려 했는데…

원본게시날짜 :  인천뉴스=김원빈, 김덕현 기자 2014.04.19 22:19:37

[언론네트워크] 세월호 참사, 초등 동창생 환갑여행·예비부부 등 안타까운 사연


"청천벽력 같은 소리죠. TV에서 남 얘기만 듣다가 막상 내 일로 닥치니까 그 기분을 알 것 같네요. 당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이건."

환갑 기념으로 제주도로 떠난 용유초등학교 28회 동창회장 백평권(61) 씨의 동생 백모(55) 씨가 참담한 기분을 전했다.

"형수도 어제 링거 맞고 오늘 안정돼서 빈소를 지키고 있는 거예요."

18일 오후 3시 인하대병원 백평권 씨의 빈소에는 지인들과 상주, 백 씨의 부인이 지키고 있었다. 간간이 조문객도 이어졌다.

현재 인하대병원에는 용유초 동창 4명을 포함해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자 8명이 입원 치료 중이다.

구조자들은 취재진의 인터뷰가 잦고, 일부 구조자는 말다툼까지 벌어져 병원측을 통해 인터뷰와 면회를 거절하고 있다.

세월호 탑승객 중 용유초 동창생은 모두 17명이며 현재까지 18일 오후 1시 기준으로 강인환·김정근·차은옥·이중재·심창화씨 등 5명이 구조됐고 백평권 씨가 숨졌으며 심숙자·인옥자·윤춘연·최창복·정중훈·김순금·문인자·정원재·김연혁·이세영·최순복 씨 등 11명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동생 백 씨는 "아직 장례는 치르지 않은 상태로 빈소만 차려 놨고 나중에 동창생들의 생사가 확인되면 합동분향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 씨는 평소에 선행을 베풀어 왔으며 대부분의 동창생들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길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안타까운 사연은 이어졌다.

"기웅이와 현선이는 4년 전부터 사귀었다. 기웅이가 인천대를 졸업하면 올가을쯤 결혼시킬 계획이었는데…. 하늘나라에서라도 함께 행복하게 살도록 영혼결혼식이라도 올려줄까 한다."

올가을 결혼을 약속한 김기웅(28) 씨와 정현선(28) 씨가 함께 세월호에서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 씨는 인천대에 입학해 군대에 다녀온 후 4년 전부터 세월호에서 불꽃 연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승무원으로 일하던 정 씨를 만나게 됐다.

지난 14일 기웅 씨는 제주도행 오하마나호에 승선했고, 16일에도 세월호가 아닌 오후에 출항하는 오하마나호에 승선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기웅 씨는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이벤트를 마련하기 위해 일정을 바꿔 15일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되돌아와 그날 저녁 세월호에 승선했다.

결국 기웅 씨는 지난 17일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데 이어 18일 오전에는 현선 씨의 사망 소식까지 전해졌다.

인천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모친 김광숙(59) 씨는 "처음 사고를 접하고 현선이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우리 기웅이까지 세월호에 탔다는 사실을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며 "아들이 제주도에서 봄에 신을 운동화를 사다 준다고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빈소를 찾았던 이웃주민 한모(63) 씨는 "기웅이가 어릴 때부터 착실하고 효자였다"며 "생각도 못한 일이 일어나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 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119구급차로 목포중앙병원에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지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기웅 씨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촌동생인 방현수(21) 씨도 세월호에 탑승해 아직까지 생사가 알려지지 않아 슬픔을 더 하고 있다.

방 씨의 아버지인 방기상 씨는 "현수와 기웅이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착실한 아이들이었다"며 "부모에게도 정말 잘하는 아이들이어서 참담할 따름"이라고 말을 아꼈다.



원문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6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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