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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딱 걸린 ‘꼼수’, 디도스 윗선 의혹 꼬리잡혔다

원본게시날짜 : 2011-12-14  13:43:50



“요즘 우리 사회에서 소설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소설보다 더 기이하고 해괴한 일들이 발생하는데 누가 소설책을 사 보겠는가.”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의 14일 논평 내용이다. 경찰이 지난 9일 서울시장 선거방해 사건을 한나라당 최구식 홍보기획본부장 수행비서의 ‘단독범행’이고 윗선은 없다고 발표하자 여론은 코웃음을 쳤다. 소설 같은 얘기라는 지적이었다.

중앙일보는 12월 10일자 사설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중차대한 범죄를 여당 국회의원 비서 한명이 장난하듯 우발적으로 저질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술 마시다 말고 국제전화로 공격을 지시해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는 것도 영화만화의 한 장면 같다”고 지적했다.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황운하 수사기획관이 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에 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 발표는 보수신문의 동의를 구하기도 어려운 만화 같은 얘기였다. 서울시 선거방해를 위해서는 ‘위험수당’을 포함해 거액의 돈이 필요한 데 아무런 대가없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고, 술자리 말장난 한 마디에 징역 10년형까지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스토리가 너무 빈약한 소설이었다.

 

결국 경찰의 허술한 발표, 만화 같은 얘기는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것도 너무 중차대한 허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한겨레 21’이 처음으로 보도하고 다른 언론들이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폭로 내용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다.

10월 25일 ‘의문의 술자리’ 주인공들은 박희태 국회의장 김아무개 비서와 최구식 의원 공아무개 수행비서,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IT업체 대표 강아무개씨 사이에 1억 원의 금전적인 거래가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서울시장 선거방해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인 10월 21일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의 계좌에서 최구식 의원 비서의 계좌로 1000만원이 넘어가고 이 돈은 10월 31일 최구식 의원 비서 계좌에서 디도스 공격 당사자인 강씨 계좌로 넘어갔다.

11월 중순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계좌에서 9000만원이 디도스 공격 당사자인 강씨 계좌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종합하면 최구식 의원 비서는 IT업체 대표 강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고,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는 디도스 공격 움직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의 단독범행으로 몰아갔지만 1억 원에 달하는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됨에 따라 ‘윗선 개입’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금전 거래가 확인됐으면서 경찰이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론이 이를 폭로하지 않았다면 감춰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경찰은 범죄 관련성을 수사했지만 혐의를 찾기 어려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뻔한 변명’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대목이다. 서울시장 선거방해 사건이 불거지면서 관심의 초점은 어떤 형태로든 대가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었다.

사건 관련자와 의혹의 대상자 사이에 1억원에 달하는 금전거래가 포착됐다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서둘러서 최구식 의원의 27세 수행비서가 저지른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지어 버린다.

경찰 주장은 보수신문이 ‘영화나 만화의 한 장면’이라고 했을 만큼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1억원에 달하는 의문의 돈거래, 그 목적이 무엇인지 디도스 공격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돈 거래는 과연 1억 원뿐인지 의문은 하나 둘이 아니다.

경찰이 서둘러서 공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발표한다고 그것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 상황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 국정감사와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다수를 장악한 18대 국회에서 국정조사나 특검제가 한계가 있다면 4개월 후에 있을 19대 총선 이후 여소야대로 국회의석이 바뀐 이후 국정조사가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이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중요한 국면에서 여론의 비판을 자초하는 ‘자충수’를 둔 까닭이 무엇 때문인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경찰이 금전거래를 알고도 숨기고 범죄세탁을 했다면 경찰은 사법을 집행할 최소한의 자격조차 상실한 집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몰랐다면, 제대로 수사를 할 능력조차 없는 무능하고 한심한 집단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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