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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9일 목요일

강정마을의 평화가 한반도 평화다

원본게시날짜 :  입력 : 2012-02-09  09:56:16   노출 : 2012.02.09  09:56:41

[정상모의 흥망성쇠] 한·미·일-북·중·러 구도 속 ‘새우 등 터지는 꼴’



한국 정부는 왜 한국의 낙원, 제주도 서귀포 강정마을을 ‘죽음의 지대’로 만들려는가. 미국 헐리우드의 유명한 배우이자 영화 감독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비판은 너무나도 통렬하다.

그는 미국 환경전문계간지 <온어스>의 블로그 누리집에 올린 “제주도의 싸움: 군비경쟁이 한국의 낙원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화적, 환경적 독특함을 지닌 원시의 산호초 해안에 4층 건물 크기의 탄약고 57개가 들어서려 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비옥한 농토를 블도저로 파헤친 ‘죽음의 지대’가 바다로 확대될 거라고 경고한다.
강정마을 해군기지의 문제가 왜 생기게 됐는가. 그는 이지스 탄도미사일 시스템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과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따위가 드나들 대형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한국의 ‘야욕’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촛점은 중국이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 해안선을 따라 미국의 봉쇄망을 강화하면서 다자간 군사협력체제를 꾀해왔다.
일본도 중국을 겨냥한 ‘동적 방위력’ 개념을 도입해 군사력을 대폭 늘리는 중이다. 지난 해 11~12월 연이어 실시한 미·일 해상연합훈련, 육상자위대 훈련, 육해공 자위대 통합훈련 등도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지난 4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열린 '2012년 제15회 제주정월대보름 들불축제'에서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한·미, 미·일 동맹으로 연결되는 미국 주도의 동맹체제를 한·미·일 ‘3국 안보 동맹체제’로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해 1월부터는 한일군사협정 체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미·일 군사훈련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0년 7월 한미합동 해상군사훈련에 일본 자위대 장교들이 참가하는가 하면, 10월 한국에서 실시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해상봉쇄훈련에는 일본 해상 자위대가 포함됐다.
한․미․일이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나서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가만히 있겠는가.  안보딜레마의 결과로 동북아에는 군비경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게 뻔하다. 미국 등 동북아 6개국의 군사비가 이미 세계 군사비 지출의 55%에 이른다.
중국은 태평양 미 함대까지 도달할 미사일 개발을 포함해 군사력의 가속적인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께는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맞설 배타적 군사력을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군사력이 증강되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과거보다 단호해졌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과 미국의 서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중국은 황해가 자기들 핵심이익 지역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맞섰다.
만약 중국이 강성해군기지를 한·미·일 집단안보체제의 전초기지로서 자기들에게 위협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중국은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지난 1월 30과 31일 제주도에서 한·미·일 국방차관보가 회담을 갖고 3국 국방장관 회담을 해마다 열기로 한 것도 중국으로서는 결코 예사롭게 보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오래 전부터 미국의 군사지지로 거론돼왔다. 게다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해 주한미군이 지역과 세계방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게 미국 방침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는 한마디로 주한미군의 군사적 역할 대상에 중국이 포함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분쟁과 충돌에 자동적으로 휘말리게 된다는 얘기다. 자칫 두 나라의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제 중국은 한국 최대의 투자국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관계에서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안보인가 경제인가.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 아닌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미·일과 북·중·러 신냉전 대립구도나 미·중 간 갈등관계에서 우리 한민족의 앞길은 보이지 않는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 민족의 미래는 동북아의 신냉전이 아닌 평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처지다.
강정마을은 동북아 신냉전과 평화공동체 어느 쪽인지를 가늠하는 상징적 표지다. 환경보호론자, 평화활동가, 민주주의자들이라면 분노를 느끼고 제주도 구하기 캠페인에 행동으로 나서자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호소가 그래서 감동적이다.
그의 호소를 그냥 감동으로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실천을 통해 강정마을의 평화를 이룩해야 하지 않겠는가. 강정마을의 평화가 곧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이기 때문이다.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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