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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9일 금요일

협정서명 1시간 전 전격 연기..`희대의 해프닝'

원본게시날짜 :  기사입력 2012-06-29 18:20 | 최종수정 2012-06-29 19:04


민족단체,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철회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한민족운동단체연합 등 민족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2.6.29 utzza@yna.co.kr

오전까지 강행 고수..정치권 압박에 돌연 선회 

"철학도 역사적 안목도 없는 임기말 아마추어 정부"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정묘정 기자 = 29일 오후 3시께,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기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4시 일본 외무성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이하 한일정보보호협정) 서명이 전격 연기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거센 '밀실처리' 비판에도 불구하고 협정 체결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던 터였다. 

외교부가 오전 8시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 일정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오전 11시30분에는 출입 기자들에게 한일정보보호협정 전문을 참고자료로 배포한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나 오후 2시 30분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정 체결 보류를 촉구하면서 외교부 청사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철회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한민족운동단체연합 등 민족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2.6.29 utzza@yna.co.kr

전날 "과거사 문제와 이번 협정은 별개"라는 논평까지 냈던 새누리당마저 협정 체결 전 국회 보고를 요구해오자 정부는 그제야 황급히 서명 연기를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청와대에 들어가지도 않은 채 전화로 협정 체결 연기 여부를 조율한 것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갑작스럽게 새누리당의 입장이 바뀌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전화를 걸어 서명 보류를 요구한 것을 놓고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서명을 1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신각수 주일대사를 통해 일본 외무성에 이날 협정문 서명이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하는 '희대의 해프닝'을 연출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협정 추진은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인 만큼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면 당연히 제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외면한 채 협정 체결 방침을 고수해온 것에 비춰보면 이날 오후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협정 체결 졸속 처리'에 이은 '졸속 연기' 논란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의결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실무진의 의견이 묵살된 채 지난 26일 밀실처리를 강행한 것부터 시작해 협정 서명 한 시간전 상대국에 양해를 구하고 사실상 협정 체결을 무산시킨 행위까지 지난 사흘 동안 보여준 정부의 행태는 `어이없다'는 말로 밖에 설명하기 힘들다. 

국제적인 망신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일본도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협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결정은 분명 외교적 결례라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이 때문에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던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에도 똑같은 문구를 여러 차례 되풀이하며 머리를 숙여야 했다. 

새누리, 한일정보보호협정 보류ㆍ유예 요구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이 2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밀실처리' 논란을 빚고 있는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과 관련, 정부 측에 처리 보류 및 유예를 공식 요구했다고 브리핑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2.6.29 kane@yna.co.kr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협정 추진에서부터 연기까지 모든 과정이 '아마추어'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면서 "현 정부의 정책에 장기적이고 역사적인 시각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도 "현 정부의 외교 철학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면서 "처음에는 강행하겠다고 하더니 정치권에서 압박이 들어오니 바로 접는 행태는 임기 말 정부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myo@yna.co.kr




원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567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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