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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5일 목요일

청와대가 ‘입막음’ 위해 2천만원 건넸다

원본게시날짜 :  2012-03-14  16:48:03

“민간인사찰 은폐에 청와대 개입한 증거”…특수활동비 ‘상납’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의 증거인멸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뒷받침 하는 추가 증언이 공개됐다. 관련 사실을 고백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청와대로부터 2천만원을 ‘입막음용’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또 특수활동비 일부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선)’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있을 수 없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 같은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5월 중순경,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으로부터 5만원권 네 묶음이 담긴 검은색 비닐봉투에 담긴 2천만원을 받았다. 청와대 최종석 행정관으로부터 “종로구청 앞 쪽으로 진경락 과장이 나올 거니까 만나보라”는 연락을 받은 뒤였다.
차를 끌고 나타난 진 과장은 창밖으로 돈을 건네며 ‘(청와대) 이영호 비서관님께서 어렵게 마련한 돈이니까 꼭 좀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주무관이 이를 거부하자 ‘이걸 안 받아 가면 어떡하나. 내가 돌아가서 뭐라고 말하겠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장 전 주무관은 돈을 차에 탄 뒤 ‘돈은 못 받겠다’며 진 과장의 차에 비닐봉투를 둔 채 돌아왔다.
  
▲ 지난 13일, 민주통합당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위' 브리핑에서 박영선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CBS 노컷뉴스=황진환 기자



석 달쯤 지난 8월8일, 장 전 주무관은 신길역 근처 포장마차에서 A씨를 만났다. A씨는 전임자의 소개로 처음 알게 됐고, 최 행정관과의 자리에도 동석해 안면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쇼핑백 안에 똑같은 ‘검정비닐봉지’를 들고 나왔다. ‘이영호 비서관이 마련해주신 건데, 정말 다른 뜻 없고, 자기가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아무 걱정 없이 받아서 쓰라’는 말도 덧붙였다.
장 전 주무관은 사양 끝에 돈을 받았다. “이영호 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좀 혹하는 마음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장 전 주무관은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A씨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돈을 돌려줬다는 구체적인 시점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은 청와대가 ‘입막음’을 시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이 법원에서 청와대의 증거인멸 사실을 진술하려 하자 거액을 건네려 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치욕적인 일”이라며 “검찰이 ‘시간 벌어주기’를 계속한다면 국민들의 불신으로 검찰 조직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또 있다. 공직윤리관실 예산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중 일부가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과 조재정 행정관 등에게 지속적으로 ‘상납’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소속이던 이들이 공식 업무와 관련 없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즉 민간인 사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라는 게 민주통합당의 주장이다.
장 주무관의 진술에 따르면, 2009년 8월부터 민간인사찰 사건이 발생한 2010년 7월까지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과장과 이인규 국장 몫으로 각 2백만원씩 책정된 특수활동비 중 280만원이 청와대에 전달됐다. 이영호 비서관에게 200만원, 조재정 행정관에게 50만원, 최종석 행정관에게 30만원 씩 ‘상납’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허위 영수증도 발급됐다고 민주통합당은 밝혔다. 진 과장과 이 국장에게 돈이 모두 지급된 것처럼 영수증을 꾸며 실제로는 120만원만 이 국장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80만원을 청와대에 보냈다는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은 전임자로부터 인계를 받아 이와 같이 직접 돈을 봉투에 담아 진 과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2008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출범했을 때부터 이 같은 상납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민주통합당은 “위 사실에 의하면, 청와대 이영호 비서관 등은 2년 동안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것이고, 예산회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책정된 특수활동비를 유용하여 지급받았다는 것은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에 깊이 개입하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선 특위 위원장은 “검찰은 왜 꾸물거리고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 하느냐”며 “(재수사 착수를) 오래 끌면 끌수록 검찰 조직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재만 변호사는 “이 문제는 친고죄가 아니”라며 “현재 수사의 단서는 충분하고, 이 자체로 기소도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장 주무관의 진술은 굉장히 구체적”이라며 “신빙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한 가지가 더 있다”면서도 폭로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의 태도를 봐가면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서 재수사를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사실상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증거인멸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진상을 국민 앞에 고백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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