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29 19:51:17ㅣ수정 : 2011-06-29 19:51:18
머잖은 8월이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날 주한 미국대사 캐슬린 스티븐스의 한국식 이름은 ‘심은경’이다. 35년 전쯤 충남 예산군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시절에 지은 이름인지라 여느 한국명처럼 정겹고 후덕하다. 그분의 공식 블로그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를 보노라면 어원적 의미인 ‘심부름꾼’(ambactus)으로서 대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까닭에 얼마 전 진도의 군강공원에서 행한 현충일 기념식 연설은 외교관의 수사를 뛰어넘어 진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허투루 흘리지 말아야 할 충언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화해를 통한 통일이라는 비전을 기억합니다. 김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결의를 다집시다”라고 했다. 또한 “아무리 선한 일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보는 만큼 선하지 않다”는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의 말을 인용해, 외교원칙에 관한 자신의 소회도 밝혔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21일 제15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다. 한밤중에 그렇게 올 수 있다”며 항상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통일이 가까워졌다고 말하고 싶다. 오해를 살까봐 말을 안 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면서 애써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고자 했다.
대한민국의 통일이 도둑같이 한밤중에 올 수 있다고? 역시 장로 대통령다운 식견이자 판단력이다.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인자의 재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며 방심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하느님의 나라는 도둑처럼 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너희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며 언제나 깨어 있으면서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어줄 것을 촉구한 이가 예수다. 복음의 문맥에서 ‘도둑같이 온다’는 말은 절대자의 의지를 인간이 감히 추량할 수 없으니 하루하루 경각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는 경구였다.
하지만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그 어떤 변화도 도둑처럼 불시에 국민을 덮치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비무장지대를 가르는 철책이 붕괴되어, 오로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뭐든 하려는 사람들과 상대적 빈곤감에 애가 타는 사람들이 뒤섞여 벌일 쟁투를 상상해 보라. 그곳은 삶의 터전이 아니라 아비규환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일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비전으로 제시하고 일관되게 추진했던 ‘화해를 통한 통일’ 정책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바로, 철저한 대비 없이 맞이해 남북의 모든 주민들에게 저주가 되는 ‘도둑같이 온 통일’이었다.
털 것은 털고 비울 것은 비우며 다음 정권과 연착륙할 시점에 다다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25일 붕괴된 ‘호국의 다리’에 얽힌 상징적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 준설지점이 아닌 둔치에 세운 교각이 무너졌으니 그것은 도둑처럼 나타난 도깨비장난이라 할 것인가? 구미 해평취수장 가물막이 유실, 남한강 지천의 신진교 붕괴, 남한강 최대 습지인 여주군 바위늪구비 멸실 등의 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토해양부는 그런 사고들은 ‘도둑의 출현’과도 같은 황당한 변괴일 뿐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노는 꼬마들도 웃을 일이다. 시어미 시집살이를 익힌 포악한 며느리 같은 다음 정권이 완력으로 털어내기 전에 이명박 정권은 고해성사하듯 밝히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6291951175&code=990000
머잖은 8월이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날 주한 미국대사 캐슬린 스티븐스의 한국식 이름은 ‘심은경’이다. 35년 전쯤 충남 예산군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시절에 지은 이름인지라 여느 한국명처럼 정겹고 후덕하다. 그분의 공식 블로그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를 보노라면 어원적 의미인 ‘심부름꾼’(ambactus)으로서 대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까닭에 얼마 전 진도의 군강공원에서 행한 현충일 기념식 연설은 외교관의 수사를 뛰어넘어 진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허투루 흘리지 말아야 할 충언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화해를 통한 통일이라는 비전을 기억합니다. 김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결의를 다집시다”라고 했다. 또한 “아무리 선한 일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보는 만큼 선하지 않다”는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의 말을 인용해, 외교원칙에 관한 자신의 소회도 밝혔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21일 제15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다. 한밤중에 그렇게 올 수 있다”며 항상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통일이 가까워졌다고 말하고 싶다. 오해를 살까봐 말을 안 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면서 애써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고자 했다.
대한민국의 통일이 도둑같이 한밤중에 올 수 있다고? 역시 장로 대통령다운 식견이자 판단력이다.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인자의 재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며 방심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하느님의 나라는 도둑처럼 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너희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며 언제나 깨어 있으면서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어줄 것을 촉구한 이가 예수다. 복음의 문맥에서 ‘도둑같이 온다’는 말은 절대자의 의지를 인간이 감히 추량할 수 없으니 하루하루 경각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는 경구였다.
하지만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그 어떤 변화도 도둑처럼 불시에 국민을 덮치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비무장지대를 가르는 철책이 붕괴되어, 오로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뭐든 하려는 사람들과 상대적 빈곤감에 애가 타는 사람들이 뒤섞여 벌일 쟁투를 상상해 보라. 그곳은 삶의 터전이 아니라 아비규환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일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비전으로 제시하고 일관되게 추진했던 ‘화해를 통한 통일’ 정책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바로, 철저한 대비 없이 맞이해 남북의 모든 주민들에게 저주가 되는 ‘도둑같이 온 통일’이었다.
털 것은 털고 비울 것은 비우며 다음 정권과 연착륙할 시점에 다다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25일 붕괴된 ‘호국의 다리’에 얽힌 상징적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 준설지점이 아닌 둔치에 세운 교각이 무너졌으니 그것은 도둑처럼 나타난 도깨비장난이라 할 것인가? 구미 해평취수장 가물막이 유실, 남한강 지천의 신진교 붕괴, 남한강 최대 습지인 여주군 바위늪구비 멸실 등의 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토해양부는 그런 사고들은 ‘도둑의 출현’과도 같은 황당한 변괴일 뿐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노는 꼬마들도 웃을 일이다. 시어미 시집살이를 익힌 포악한 며느리 같은 다음 정권이 완력으로 털어내기 전에 이명박 정권은 고해성사하듯 밝히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629195117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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