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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7일 월요일

[사설]한·EU FTA ‘개성공단 특혜’ 철회 배경 규명돼야

입력 : 2011-06-26 21:15:55수정 : 2011-06-26 21:15:56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EU 측이 개성공단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의향이 있었으나 한국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와 무산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글린 포드 전 유럽의회 의원은 최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2008년 말 내가 유럽의회 의원일 때 개성공단 생산품을 한·EU FTA의 특혜관세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해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에 관심을 잃었고, 최종적으로 협정문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정부가 스스로 포기했다는 얘기다.

그의 증언은 협상 경과와 일치한다. 2007년 4월 한·EU FTA 협상을 시작할 때 정부는 FTA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개성공단 생산품의 수출을 들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년 5월 7차 협상 때까지도 개성공단이 FTA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종 8차 협상 때인 2009년 3월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일어나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시점이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협상 과정에 대한 부분이라 (우리가)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악화로 개성공단을 양보하는 대신 자동차 관세환급 등 다른 무엇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일각의 의구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명시적 규정을 넣지는 못했어도 역외가공위가 매년 한국산 인정 여부를 결정토록 해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과 같은 특혜관세를 부여받을 수 있는 틀을 마련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개성공단 생산품이라도 한국을 거칠 경우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2006년 3월의 한·싱가포르 FTA보다 후퇴한 것이다. 한·미 FTA에서는 비핵화 진전이나 남북관계 영향, 환경·노동 기준 등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조건으로 달았다. 개성공단이 경제적 판단보다 정치적 풍향에 따라 휘둘릴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 것이다.

며칠 전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 행정명령 시행령으로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110여개 나라에 수출된 유아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비롯한 남북 합작 영화 등을 규제할 수 있다는 해석을 미국 쪽에서 내놨다. 대북제재가 북쪽만이 아니라 남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남북관계 악화를 이유로 ‘개성공단 특혜’마저 저버리는 정부라면 그 어떤 대북 제스처를 내놔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특혜’의 자진철회는 뒤늦게라도 그 배경이 규명돼야 한다.

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6262115555&code=9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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