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피해 소식은 잠시 뒤에 다시 전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로부터 15억 배럴 규모의 유전을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30년간 130조 원 상당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3월 13일 KBS ‘뉴스9’ 보도 중>
2011년 04월 01일 (금) 14:49:02
<편집자 주> 일본 대지진의 쓰나미는 관심의 한복판을 차지했다. 쓰나미가 국내 언론보도를 휩쓸고 지나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이어진 언론보도의 여진은 리비아였다. 최근 언론의 이목은 지진, 원전, 방사능, 리비아로 한정됐다. 매번 그랬듯이 쓰나미식 보도는 선정성을 동반하며 유감 있게 발휘됐다. 언론이 국외의 사건에 집중하는 동안 쓰나미식 보도는 구제역을 묻고 한상률을 가리고 BBK를 덮었다. 쓰나미식 언론보도가 덮고 있는 기억의 끈을 이어보기 위해 ‘방송뉴스가 침묵하는 이슈’를 4차례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 주> 일본 대지진의 쓰나미는 관심의 한복판을 차지했다. 쓰나미가 국내 언론보도를 휩쓸고 지나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이어진 언론보도의 여진은 리비아였다. 최근 언론의 이목은 지진, 원전, 방사능, 리비아로 한정됐다. 매번 그랬듯이 쓰나미식 보도는 선정성을 동반하며 유감 있게 발휘됐다. 언론이 국외의 사건에 집중하는 동안 쓰나미식 보도는 구제역을 묻고 한상률을 가리고 BBK를 덮었다. 쓰나미식 언론보도가 덮고 있는 기억의 끈을 이어보기 위해 ‘방송뉴스가 침묵하는 이슈’를 4차례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관련 기사, 리비아 사태 등 해외이슈로 도배되던 때에도 묻히지 않았던, 정확하게는 일본 대지진 소식을 뒤로 밀어버리고 신문과 방송에 한 자락 크게 차지했던 보도가 있었다. ‘MB의 UAE 유전개발권 확보’가 그것이다.
13일 KBS는 ‘15억 배럴 규모 UAE 유전 개발권 확보’란 제목의 소식을 9번째로 전했다. “일본 대지진 피해 소식은 잠시 뒤에 다시 전해 드리겠다”가 그 시작이다. 그만큼 보도 가치가 높은 뉴스란 뜻이다.
KBS는 “아랍에미리트는 원유를 생산 중인 대형 유전들에서 최소 10억 배럴 이상을 2014년부터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한국에 보장해주기로 했다”며 “또 5억 7000만 배럴의 원유 매장량이 확인된 3개의 미개발 유전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한국에 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은 향후 30년에 걸쳐 현 시세로 약 13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고 적극적인 해석을 붙였다.
이어 ‘유전 계약, 정상간 신뢰로 뚫었다’ 꼭지에서는 “이번 유전 계약이 성사되는 데는 두 나라 정상간 친분과 신뢰가 큰 힘을 보탰다”면서 원전개발권을 따낸 배경에는 MB의 몫이 크다고 짚었다.
MBC 역시 ‘사상최대 유전확보’라고 풀이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기자회견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UAE 유전 채굴권 획득‥‘에너지 안보’ 강화’ 꼭지를 통해 “이번 계약으로 우리나라는 직접 생산하는 석유량을 크게 늘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수입해오는 석유가스량의 10분의 1은 직접 생산하게 됐다는 얘기“라며 호들갑에 동참했다. SBS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UAE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유전 확보와 공동비축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 확보’라고 분명히 명시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전 확보’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아랍에미리트에 10억 배럴 대형 유전을 확보해서 자원외교에 쾌거를 이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씀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거나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드러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랍에미리트 <걸프뉴스>가 로이터 통신 현지보도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번 양국 석유공사가 체결한 MOU는 2014년 이후 끝나는 조광권(광구 채굴 및 광물 취득 권리)에 대한 재협상의 일환”이라며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재계약을 원한다면 그들이 권리를 가져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한국은 노르웨이 등 5개국 석유기업과 함께 협상에 참여하기로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라며 “유전개발권을 확보한 것 아니라 응모권만 그것도 당첨가능성이 낮은 응모권만 받은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곧바로 청와대의 반박이 이어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인용된 <걸프뉴스> 기사 내용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높다는 것인데 천 최고위원은 사실 관계가 다른 발언을 했다”고 천 최고위원의 번역 오류를 지적했다.
“While the main partners of Adnoc in the UAE's four largest concessions are US ExxonMobil, Royal Dutch Shell, BP, France's Total and the Japan Oil Development Co, analysts said they must be more competitive if they want to renew the contracts and win more after they begin expiring”
천정배 최고위원이 해석한 <걸프뉴스>의 영문은 “그들(기존 석유업체들)이 계약 만료 전에 갱신하고 더 많은 것을 얻으려면 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라고 해석해야한다는 말이다. 해석 그대로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몇몇 언론매체에서는 ‘더 경쟁력이 있어야’ 앞에 ‘(한국보다)’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그래서 기존 석유업체들이 갱신하고자 할 때에는 한국보다 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한국이 아주 우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해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천정배 최고위원의 해석이 틀린 것일까? 그건 또 그렇지 않다. <걸프뉴스>는 ‘기존 업체들이 갱신하려면 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원전개발’에 있어서 위에 언급된 현재 파트너인 4개 회사 ‘엑손모빌’, ‘쉘’, ‘BP’, ‘일본석유개발공사’는 이미 우리나라보다 기술력과 자본력 등에서 더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 역시 “물론 (기존 조광권 계약 업체에서) 아주 유리한 조건을 UAE에 제시한다면 당연히 그 업체와 재계약하지 않겠나”라고 답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청와대 역시 해석의 오류로 ‘당첨가능성이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했으나, 그 기본이 되는 ‘응모권’이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UAE까지 날아가 서명하고 온 것은 정확히 표현하면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2014년 조광권 계약에 대한 기존 업체들과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른 곳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여기에 우선 협상권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우선협상권’을 획득한 나라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노르웨이 등 5개국이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은 UAE 유전에 관해 고작 MOU를 체결하고서 ‘확보했다’고 뻥튀기하고 있다”고 비판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스크롤을 위로 올려 방송 3사의 뉴스 보도를 다시 읽어보자. 확실히 ‘오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사과방송을 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KBS, MBC, SBS 어디도 UAE의 MB 유전개발권 확보에 의문을 제기한 내용을 보도한 매체는 없었다.
원문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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