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3.23 04:00:11 | 최종수정 2011.03.23 10:15:00
원문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181927

정상회담에 이은 기자회견까지 UAE 유전개발권 획득은 원전 수주와 쏙 빼닮았다.
13일 오후, 기자단이 머물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이명박 대통령이 찾아왔다. 이 대통령은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석유공사 컨소시엄이 UAE 유전개발권을 따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일요일 저녁 아부다비에서의 낭보는 전파를 타고 한국으로 전해졌고 다음날 조간신문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이튿날 저녁 이 대통령은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예정에 없던 기자단과의 만찬을 갖고 유전개발권을 따내기까지의 ‘스토리’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여기서 잠깐.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UAE 유전개발권을 따낸 것은 분명 이번이 처음인데도 말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9년 12월로 가보자. 2009년 12월 27일. 그날도 일요일이었다. 프레스센터가 있는 아부다비 힐튼호텔로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섰다. 한-UAE 정상회담을 마치고 원전 수주 계약서에 막 서명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UAE 정부는 오늘 원자력발전 프로젝트 사업자로 대한민국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선정됐음을 국내외에 공식 발표했습니다.”
생방송 기자회견에 나선 이 대통령의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한국행 전파를 탔다.
‘데자뷰’라는 프랑스어 용어가 있다. 실제로는 체험한 일이 없는데도 마치 전에 겪었던 것처럼 똑똑히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UAE 유전개발권 획득은 이렇듯 UAE 원전 수주의 ‘데자뷰’였던 것이다.
유전개발권 획득이 원전 수주의 데자뷰가 된 것은 UAE라는 장소와 일요일이라는 시간의 공통점 외에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는 청와대의 홍보 전략이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2009년 말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작업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난국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또 국회로 넘어간 새해 예산안이 ‘형님 예산’ ‘4대강 예산’을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천주교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때 UAE 원전 수주 소식은 엄청난 호재였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결정하고 이 대통령이 아부다비 현지에서 직접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사 수주’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전략은 당장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을 상승세로 반전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며칠 지나지 않아 국회에서도 새해 예산안이 통과됐고 이 대통령의 국정추진력은 그 어느 때보다 탄력을 받았다.
다시 올해 3월. 구제역 여파와 고물가로 국정추진력이 힘을 잃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지역 간 갈등으로 ‘제2의 세종시’를 예고하고 있다. 불교계와의 갈등에 더해 이슬람채권법을 둘러싸고 일부 기독교계와도 껄끄러운 상황이다. 대통령 지지율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UAE 유전개발권 획득에서 ‘UAE 원전 수주 어게인’을 찾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2009년 12월과 같은 전략을 선택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국외에서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하는 것부터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는 것까지 같은 행보를 밟았다. 대통령의 최종 발표시점까지 언론에 보도 자제(엠바고·embargo)를 요청한 것도 닮은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민주당에 함께 갈 것을 제의했는데 민주당 측의 거절로 무산된 것 정도다.
하지만 국민들의 평가는 이제부터다.
이 대통령의 성과가 국정추진력 회복으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집권 4년 차를 맞아 시시각각 다가오는 레임덕을 늦출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벤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당장의 호재를 활용하기보다 남은 국정현안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갈지가 더 큰 숙제다.
[아부다비·두바이 = 이진명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8호(11.03.23일자) 기사입니다]
일요일 저녁 아부다비에서의 낭보는 전파를 타고 한국으로 전해졌고 다음날 조간신문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이튿날 저녁 이 대통령은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예정에 없던 기자단과의 만찬을 갖고 유전개발권을 따내기까지의 ‘스토리’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여기서 잠깐.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UAE 유전개발권을 따낸 것은 분명 이번이 처음인데도 말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9년 12월로 가보자. 2009년 12월 27일. 그날도 일요일이었다. 프레스센터가 있는 아부다비 힐튼호텔로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섰다. 한-UAE 정상회담을 마치고 원전 수주 계약서에 막 서명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UAE 정부는 오늘 원자력발전 프로젝트 사업자로 대한민국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선정됐음을 국내외에 공식 발표했습니다.”
생방송 기자회견에 나선 이 대통령의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한국행 전파를 탔다.
‘데자뷰’라는 프랑스어 용어가 있다. 실제로는 체험한 일이 없는데도 마치 전에 겪었던 것처럼 똑똑히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UAE 유전개발권 획득은 이렇듯 UAE 원전 수주의 ‘데자뷰’였던 것이다.
유전개발권 획득이 원전 수주의 데자뷰가 된 것은 UAE라는 장소와 일요일이라는 시간의 공통점 외에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는 청와대의 홍보 전략이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2009년 말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작업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난국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또 국회로 넘어간 새해 예산안이 ‘형님 예산’ ‘4대강 예산’을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천주교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때 UAE 원전 수주 소식은 엄청난 호재였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결정하고 이 대통령이 아부다비 현지에서 직접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사 수주’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전략은 당장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을 상승세로 반전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며칠 지나지 않아 국회에서도 새해 예산안이 통과됐고 이 대통령의 국정추진력은 그 어느 때보다 탄력을 받았다.
다시 올해 3월. 구제역 여파와 고물가로 국정추진력이 힘을 잃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지역 간 갈등으로 ‘제2의 세종시’를 예고하고 있다. 불교계와의 갈등에 더해 이슬람채권법을 둘러싸고 일부 기독교계와도 껄끄러운 상황이다. 대통령 지지율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UAE 유전개발권 획득에서 ‘UAE 원전 수주 어게인’을 찾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2009년 12월과 같은 전략을 선택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국외에서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하는 것부터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는 것까지 같은 행보를 밟았다. 대통령의 최종 발표시점까지 언론에 보도 자제(엠바고·embargo)를 요청한 것도 닮은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민주당에 함께 갈 것을 제의했는데 민주당 측의 거절로 무산된 것 정도다.
하지만 국민들의 평가는 이제부터다.
이 대통령의 성과가 국정추진력 회복으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집권 4년 차를 맞아 시시각각 다가오는 레임덕을 늦출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벤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당장의 호재를 활용하기보다 남은 국정현안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갈지가 더 큰 숙제다.
[아부다비·두바이 = 이진명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8호(11.03.23일자) 기사입니다]
원문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18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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