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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30일 화요일

어버이연합 “작전대로 움직이겠다”

입력 : 2011-08-29  16:20:48   노출 : 2011.08.29  16:40:04

희망버스 저지 등 '행사' 거치며 공고한 결집력…신분 밝히지 않고 '작전 수행'



보수적 성향의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최근 대외 활동에서 더욱 조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영도조선소’ 진입을 가로막으며 희망버스 참가단체와 충돌을 빚은 뒤 더욱 공고해진 결집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4차 희망버스 대회가 열린 지난 27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3차 희망버스 대회 때 희망버스기획단의 폭행으로 인해 어버이연합회원 조구영(82) 씨 등 세 명이 다쳤지만 병문안 한 번 오지 않았다”며 “오늘 열리는 4차 희망버스 대회에 가서 자신들의 피해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보인 모습이었다.

피해 사실을 알리겠다는 어버이연합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일사불란’했다. “‘ㄷ’자로 집합!” 이라는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처장의 ‘명령’에 우왕좌왕하던 집회 참가자들은 금세 ‘대오’를 갖췄다.

추 사무처장은 이어 “오늘 (집회 장소가 아닌) 사무실에 먼저 모이라고 한 것은 정예멤버만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며 “말해준 작전대로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70~80대 노인들이 수행해야 할 ‘작전’은 뭘까.

추 사무처장은 ‘작전’이 공개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경찰에게 작전을 들킬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작전을) 다시 말할 수 없다”며 “기억 못하시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추 사무처장의 설명 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100여 명씩 나뉘어 ‘대오’를 정렬했다. ‘강북파’와 ‘강남파’로 나뉘어 4차 희망버스 집회가 열리는 청계광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려는 듯 보였다.

먼저 광화문네거리 쪽으로 출발한 강북파에 속한 한 회원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다른 길로 간다”며 “다른 패거리(강남파)는 을지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출발한 강북파는 1호선 시청역을 통해 시청광장으로 건너가려했지만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고 동아일보 앞을 지나 청계광장에 진입하려던 시도 역시 무산됐다. 강북파는 중간 중간 경찰과 마찰을 일으키다 청계광장 바로 뒤 모전교 부근에 자리 잡고 곧 강남파와 합류했다.


▲ 27일 오후 7시 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동아일보사를 지나 청계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백경빈 기자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모습은 또 있었다.

흔히 신념을 갖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기자의 인터뷰에 잘 응하는 편이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어버이연합 노인들 대다수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또, 인터뷰에 응했다 하더라도 한 경우도 이름이나 나이 등 ‘신상’을 묻는 질문에는 한결같이 “됐어” “싫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회원은 자신의 이름이 ‘천정배’라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용도 천편일률적이었다. “조구영 옹이 다쳤는데 사과가 없다” “빨갱이 놈들이 모여 있는데 안 잡아간다” 외에 다른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일부 참가자는 “난 잘 몰라”라는 대답만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지난 8월 2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북한인권문화제 ‘8월의 편지’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당시 ‘8월의 편지’가 시작하기 전인 오후 4시 즈음  무대 앞에 시민들은 거의 없었고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사람들이 27일 대한문 앞에 그대로 모인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거나 삼성 특검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을 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전한 KBS 시사 프로그램을 향해 ‘편파 방송’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정연주 전 KBS 사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했을 때 등 어버이연합은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낼 때마다 ‘누구의 어버이이냐’며 ‘단체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언론이 이들의 활동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것은 전반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여름, 이들은 버스를 대절해 부산 영도로 향하고, ‘작전’을 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집단의 시위를 ‘방해’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사불란한’ 이들의 모습에서 ‘순수하게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노인’의 자발성보다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면 지나친 걸까.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보수언론과 단체들은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정해진 각본이나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듯 하다’며 ‘배후세력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시위(나아가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들이 늘 따졌던 광장의 ‘배후’를 오늘은 어버이연합에 묻고 싶다. ‘박정희 정신을 계승’하고 ‘취약계층인 노인의 권익을 신장시키겠다’는 어버이연합의 배후세력은 누구인가.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7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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